To Sir, with Love

데이비드 비서로 부터 이메일 초대가 왔다. 그가 6월 중순에 은퇴한다는 것이다. 그 은퇴식에 초대를 받았다. 지난 한 두해 동안 서로 소식이 좀 뜸했었다. 다시 연락하여 은퇴식 전에 차 한잔 마실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것이 오늘 아침이었다.

25년전 그와 우리내외는, 비유하자면,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젊은 주임교수와 방금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한국어에) 벙어리 젊은 학생부부로, 이곳 빅토리아대학교에서 만났다. 나는 제버릇 개 못준다고, 게으르고 이상한 자존심만 있는 문제(?) 학생이었고, 아내는 당연히 모범생. 데이비드는 나를 포함한 우리들 학생 모두를, ‘영어를 애처럼 하는, 어른 모습을 한 이상한 애들’로서가 아니라, ‘영어는 지금 비록 잘 못하지만, 자존심 있고 교육받은 정상적인 성인들’로 대접해 주었다.

나같은 농땡이 학생도, 이렇게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느낌을 잘 기억한다. 그리고 그러한 ‘존중과 받아들여 줌’이 나를 포함한 그 새로 이민 온 학생들에게 미쳤던 긍정적인 효과와, 그가 말없는 행동으로 우리에게 주었던 용기는, 데이비드의 상상을 초월한 영향을 많은 사람들에게 미쳤을 것이라, 내 경험을 통해서 감히 이야기 한다.

내가 빅토리아대학교 전산부로 옮겨 오고 나서 얼마 후, 사내 신문을 통하여 그가 교육대학 학장으로 임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자신을 소개하며 연락을 하여 우리는 2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선생과 학생이 아닌 직원으로서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나를 어렴풋이 기억한다고 하였다. 그의 핸섬했던 얼굴은 이십년 세월속에 주름이 잡혔지만 그의 멋있는 저음 목소리와, 100% 표준 영어 그리고 좋은 매너는 변치 않았다. 그는 우리의 만남을 참으로 기뻐하며 우리 내외의 성공을(?) 축하해 주었다. 이후에 데이비드 내외가 나의 생일 파티에도 와서 우리가 함께 ‘익어감’을(?) 한잔 술을 나누며 축하 해주기도 하였다.

오늘 아침에는 그가 커피를 샀다.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하며 최근 남북한 정세, 은퇴계획, 결혼생활 그리고 자식 이야기등을 나누었다 – 부부농사는 약간 실패하여 새 파트너와 살지만, 자식농사는 성공하여 딸이 의사다. 아직 10명 가까운 박사과정 학생들이 학위를 마칠때까지 주임교수로서 그들을 돌봐야 하고 또 그간 집필했던 언어학 관련 서적을 마무리 하여 출판할 계획으로 당분간 바쁠 것 같았다. 그리고 또 많은 친구들이 유럽에 있어, 두 차례 정도 유럽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코펜하겐에도 친구가 있어서, 내가 최근 다녀 온 스웨덴 이야기를 했더니, 어쩌면 스톡홀름에 잠시 갈 수도 있겠다고 하였다. 옛날에 핀란드를 두번 갔었는데 그렇게 평화롭고 좋더라고 하였다.

문득, 내가 최근 스톡홀름 KTH 대학교를 방문했을때 가졌던 느낌과 감정을 이야기 했더니, 100% 알아 듣고, 자기도 그런 경우가 50-60십대에 접어 들면서 있었다고 하면서 (내가 다 알아 듣지 못하는 유려한 영어로) 그 느낌을 공감해 주었다. 20-30대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 줄 생각하면서 살았었는데, 막상 50-60대가 되고 나면 오직 하나의 길을 걸을 수 밖에는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느끼는 그런 감정, 약간의 슬픔 그리고 노스텔지어가 섞인, 그런 느낌이라고 그가 말했던 것 같다. 참, 우리말 뿐만 아니라 영어에도 수준이 있겠지요? ‘그 대학에 갔더니 기분이 꿀꿀하더라’ 이렇게 말하는 자도 있고 ‘그 대학에 가서 과거를 회상하며 상념에 잠겼더니,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도 생각이 나고, 인생의 윤회가 새삼스럽더라’ 이렇게 말하는 분도 있겠지요? 누가 전자고 누가 후자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헤어지기 전에 내가 정색을 하고 말하였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은퇴 파티에서 못볼지도 모르니 지금 이 말을 해야겠어요. 당신은 선생으로 지난 수십 년간 단지 영어만 가르쳤던 것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요. 25년 전 당신이 말없는 행동으로 보여 주었던, 우리 같이 하찮은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격려가, 우리 내외를 포함한 그 학생들 그 이민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었을지 당신은 잘 모를 것이예요. 하지만 나는 압니다. 기억하세요. 그대는 참 스승이었음을.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가 손을 내밀며 말하였다. ‘참으로 감사하오.’

보살은 인간 세상 어디에나 있다.

룰루가 부르는 To Sir, with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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