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권하는 사회 탁구권하는 친구

한국 단편 소설중에 ‘술권하는 사회’라는 것을 옛날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신식교육받은 새신랑이 날마다 술에 떡이 되어 들어오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착한 시골 새색시가 어느날 용기를 내어 물었다. ‘여보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술을 먹인단 말이오?’ 신랑이 대답하였다. ‘사회가 먹이네…’ 색시는 부엌에서 술국을 끓이며 혼자말로 원망한다 ‘그 사회란 뇬 참으로 못되고 고약한 뇬이로다’.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탁구장이나 들락거리며 학창시절을 허송세월 하였다. 어머니께 탁구란, 머리좋은(?) 자식을 망쳐서 좋은 대학 못가게 만든 원흉의 하나로 아마 영구히 기억되어 있을것이다. 탁구가 무슨 죄 그리고 머리는 무슨 머리 🙂

영호, 대환이, 화섭이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넷은 탁구단짝들이었다. 유도 유단자였던 영호는 운동을 원래 잘하고 또 머리도 있는 모범생이었는데, 드라이브에 이은 렐리로 게임을 했었으니, 쪼무래기였던 그 당시에 이미 지금 생활체육으로 치면 아마 4부나 5부는 되었을 것이다. 대환이와 화섭이도 잘쳤고. 나야 일관되게 공부도 꼴찌 탁구도 꼴찌…

오랜 세월이 지나, 올해 후반부터 다시 탁구를 규칙적으로 치기 시작하였다. 회사 동료들이 수요일마다 대학교 체육관에 모이는 곳에도 가서 치고 또 클럽에도 가서 동호인들과도 쳐보았다. 마라톤과 골프를 오래 해오면서 나는, 탁구는 그 스케일이나 운동량이 그저 조그만 탁자 주변에서 시끄럽게 따닥따닥 거리는 놀이정도라 생각하며 무시했었다. 막상 지난 서너달을 규칙적으로 연습을 해보니, 좋은 추억도 떠오르지만 나름대로 묘미가 있고 또 운동량도 만만치가 않다. 예를 들자면 하회전으로 오는 공을 루프드라이브로 회전을 주어 반구하는 훈련을 하면 맥박이 거의 160에 도달할 뿐만 아니라 내가 흘린 땀으로 차고바닥이 (뻥을 좀 치자면) 물바다가 될때가 많다. 내가 산을 뛰어 오를때 보통 그 정도 맥박이 되고, 정상부근에서 최대한 밀어부쳐 풍력발전기가 있는 정상에 올라가고 나면 맥박이 180정도가 되니 이 루프드라이브 연습이 힘든게 장난이 아니다.

탁구를 이렇게 다시 치면서, 몹시 유사한 모양과 크기의 공을 사용하는 이 골프와 탁구라는 스포츠가 또한 몹시 상이한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나는 딱 정지해 있는 공을 내가 완전히 자유로운 상황에서 움직임을 시작하여 멀리 또 바로 쳐보내고자 하는 운동인데 반해서 (이넘의 운동은 내가 원수?) 다른 하나는 결코 정지하지 않고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며 변화무쌍하게 회전되는 공을 내가 따라서 움직이며 정신없이 쳐서 상대방에게 보내는 운동이라는 것이 (니가 원수?) 우습기도 하고 또 흥미 있기도 하다. 흡사 우리가 살면서 때로는 자신이 초래한 문제들로 괴로워하고 또 어떨때는 남들이 초래한 문제들로 괴로워하는 그런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나 할까 🙂 나이가 들면서 운동도 다양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굳은날도 있고 햇볕이 쨍한날도 있을테니…

언덕에 앉아

수수밭 사이로 소슬바람 불면 언덕에 둘이 앉아
맑게 개인 하늘 수많은 별빛을 우리 함께 세면서
사랑한다던 당신의 그 말 내가 처음 느낀 사랑이었네.

그러나 이제는 그대 멀리 가고 나 혼자만 앉았네
행복했던 순간 다시 생각하면 눈물만이 맺히네
헤어지지만 잊지는 마오 그대 내게 남긴 마지막 음성.

예쁜 꽃반지 만들어 내게 주던 그대 모습
나는 아직 그때 일을 기억합니다
이젠 나만 홀로 앉아 흩어지는 꽃잎보며
아름답던 지난날을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