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꿈

아침 햇살에 놀란 아이 눈을 보아요
파란 가을 하늘이 그 눈 속에 있어요

애처로운 듯 우는 아이들의 눈에선
거짓이 새긴 눈물은 아마 흐르지 않을거야

세상사에 시달려가며 자꾸 흐려지는 내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어린꿈이 생각나네.

인연, 카르마

일전에 공원을 지나다가 우연히 한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벗꽃나무를 발견했어요. 이제 봄도 다가오고 하니 장차 벗꽃이 피면 아름답겠구나 싶어서 가보았어요.

키가 이미터 좀 넘을것 같고 나무 몸체도 별로 굵지 않아서 그리 오래전에 심은 나무는 아니겠다 생각하며 가까이 가보았더니 이곳에서 흔한 플라그가 나무 밑둥지에 설치되어 있었어요.

‘일본수상 하야토이케다 기념식수 1963년’ 이렇게 씌어 있네요.

이 사람 어떤 사람이었을까 혹시 아직 살아 있을까? 잠시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이곳을 방문하여 바로 이 나무를 심은 그 다음해 쯤에 병사한 것으로 되어 있군요.

세월이 이미 반세기도 넘게 지났으니 이 사람이 잠시 머물렀던 이 공원 그리고 그때 많은 사람들과 좀 떠들썩하게 심었을지도 모를 이 나무를 기억하는 하는 사람은 어쩌면 세상에 아무도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 벗꽃나무는, 이렇게 한쪽 구석에서 그 오랜 세월을 계절을 따라 꽃을 피우며 조용히 살고 있었네요. 그리고 그 일본 수상과 아무런 인연도 없던 내가, 이렇게 세월이 흐른 오늘, 이 나무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박인희님의 ‘세월이 가면’이라는 노래에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이런 가사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사람들은 오고 가지만 사람들이 남긴 카르마는 죽은 이후에도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흐른 다음에도 쉽게 다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어요. 같은 자리에 서서, 앞서 왔다가 먼저 가버린 이 사람의 흔적을 보면서, 나도 내가 왔던 흔적 그리고 장차 내가 가고나서 남을 흔적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다음번에 이곳을 지날때면 봄 기운이 더욱 완연하여 아마 벗꽃이 피겠지요. 그때는 다만 그 순간을 즐기기를 희망합니다.

강 건너 봄이 오듯

앞 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연분홍 꽃다발 한아름 안고서
물 건너 우련한 빛을 우련한 빛을 강마을에 내리누나
앞강에 살얼음은 언제나 풀릴 꺼나
짐 실은 배가 저만큼 새벽안개 헤쳐왔네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꺼나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내 마음 어둔 골에 나의 봄 풀어놓아
화사한 그리움 말 없이 그리움 말 없이 말 없이 흐르는 구나
오늘도 강물 따라 뗏목처럼 흐를 꺼나
새소리 바람 소리 물 흐르듯 나부끼네.

그대 그리고 나

푸른 파도를 가르는 흰 돛단배처럼 그대 그리고 나
낙엽 떨어진 그 길을 정답게 걸었던 그대 그리고 나
흰 눈 내리는 겨울을 좋아했던 그대 그리고 나.

때론 슬픔에 잠겨서 한없이 울었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린 마음을 달래려 고개를 숙이던 그대 그리고 나
우린 헤어져 서로가 그리운 그대 그리고 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전에 아내와 토오쿄오 근처 오다이바라는 지역에 갔던 적이 있었다. 마침 무슨 봄맞이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벗꽃도 흐드러져 있던데…

큰 건물들 사이 어디에선가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길래 발걸음을 재촉해 보았다. 휠체어를 탄 수십명의 장애인들, 그리고 자원봉사자 ‘춤꾼’들이, 각자 휠체어를 하나씩 밀면서 함께 춤을 추고 있더라. 그 익숙한 노래에 맞추어서.

이 노래를 들으면 늘 그 기억이 난다. 몹시 놀라며 좀 부끄러웠던 기억도. 그리고 노래가 참 아름답다는 느낌이 항상 같이 든다.

요새도 이 노래 크게 울려 퍼질까?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 잊을 수 없는 기억에
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 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우 여위어 가는 가로수 그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우 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 우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떠가는 듯 그대 모습
어느 찬비 흩날린 가을 오면 아침 찬바람에 지우지
이렇게도 아름다운 세상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우 우 여위어 가는 가로수 그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우 우 아름다운 세상 너는 알았지 내가 사랑한 모습
우 우 저 별이 지는 가로수 하늘 밑 그 향기 더 하는데
내가 사랑한 그대는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