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닝 크루거 효과

‘더닝-크루거 효과’ 라고 들어 보았나? 이곳에 간략한 설명이 있다.

누군가가 좀 과장해서 그린 그래프지만 적나라하다. 경험과 실력이 거의 전무한 사람들이 최고 수준의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계속 경험과 실력을 쌓아가면서도 자신감은 점점 낮아지면서 거의 바닥을 치다가, 아주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아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될때 비로소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자신감도 초보자들의 자신감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실제 논문에 사용된 그래프다. 검사결과 최하위에 속하는 사람들은 검사전 자신의 능력이 60번째 정도 백분위수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했었고 (100명 중에서 자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40명 정도 있을 것으로 예측), 상위 25%에 실제로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70번째 정도 백분위수에, 그리고 실제로 최상위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 75번째 정도 백분위수에 해당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우리들 인생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그대는 어떤 그룹에 속할것으로 생각하는가?

해맑은 웃음 vs 침묵의 암살자

‘해맑은 웃음’과 ‘침묵의 암살자’의 결투

새벽에 문득 빗소리에 잠이 깨어 티비를 켠다. 어제 우연히 들은 박인비선수와 어느 외국선수의 골프 연장전이 열리는 시간이다. ANA Inspiration이라는 매이져챔피언쉽 결승전이다.

뚱뚱하고 못생겨서 한국여자골프계에서는 상품성이 없다고(?) 스폰서도 없이 오래 고생했었던 박인비선수. 나도 처음에는 별로였다. 무슨 저런 스윙이 있나? 골프가 무슨 퍼팅대회냐? 하면서.

전투가 폭격이나 스나이퍼로는 승패가 갈리지 않듯이, 골프도 대부분의 승부는 결국은 백병전 끝에 마지막에 비수를 꽂아서야 끝이 난다. 특히 LPGA 여자골프는 더욱.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에 단검을 잘 쓰기로 유명한 (퍼팅의 신) 박선수는 막판에 이렇게 일대일로 붙는 sudden death play-off에서는 (연장전 한 홀에서 이기면 그대로 우승) 가장 무서운 상대임에 틀림이 없다. 그녀의 또 다른 별명은 ‘부처’라고 한다. 성격이 좋다는 의미도 물론 있겠지만, 결정적인 퍼팅에 꼭 필요한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또한 의미 하지 싶다. 단검의 신인데 상대에게 비수를 꽂으면서 자신의 심장이 벌렁거리지 않는다…

무슨 운동이든지 오래 관심을 가지다보면 좋아하는 선수도 생기고 또 존경하는 선수도 생기게 마련이다. 박인비선수는 우리내외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중의 한 사람이다. 세상에 사연없는 삶이 어디있고 또 이만큼 성공하는데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나. 비록 알려진 일부만 들었을 뿐이고 또 골프장에서 보여주는 demeanour 만으로 가지게 된 생각이지만, 더 듣고 더 알게 될수록 우리의 생각이 맞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훌륭한 선수이다. ‘디미노어’란 것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한 인간의 수준 혹은 품격을 의미한다. 만나다 보면 물론 보이지만 티비를 통해서도 좀 옅볼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박선수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것은 기억하지만, 그녀가 무슨 준비를 해서 어떻게 금메달을 땃었던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지 싶다. 올림픽이 끝나고 말하더라. 그 더운 여름에 두세달을 단검쓰는 (퍼팅) 연습을 죽기살기로 했다고. 올림픽처럼 출전 선수의 기량이 비슷한 상황 그리고 대표하는 나라의 명예가 걸린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경쟁자들을 딱 한끗 머리카락 만큼의 차이로라도 물리치려면 반드시 퍼팅에서 이겨야만 했다. 인간이 극도로 노력하여 퍼팅에 도가 트면 어느 정도 경지에 까지 도달 할 수 있는지 난 그때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으로 목격하였다. 본인도 고백하기를 ‘신들린 듯이 아무 생각없이 퍼팅을 했다’고 하였다. 올림픽 금메달을 걸고 그 엄청난 압박과 온국민의 기대를 온몸에 받으면서 (금메달 따면 당연하고 못따면 죽일뇬 되는 우리만의 독특한 분위기?) 퍼팅을 하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나도 보았다. ‘해맑은 웃음’ 선수가 이것을 만약에 목격했었고 또 오늘 시합중에 자주 떠올렸더라면 백전백패 했을 것이다.

‘페닐라 린드베리’ 선수는 LPGA에서 알려지지 않은 무명선수다. 오래는 됬지만 그저 그런 선수. 어디를 봐도 세계챔피언인 박선수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게 초라하고 또 단 한번도 LPGA에서 우승해본 적이 없는 선수다. 그런데 나는 이 선수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다른 뇬들이 바지를 입던지 혹은 치마밑에 사각빤스를 뻔뻔하게(?) 입고 다니는데 비해서…가 아니고, 이 선수가 늘 해맑은 웃음을 띠면서 행복하게 골프시합을 하는 듯한 모습을 내가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짓눌리고 스트레스 받고 이겨도 부족한 듯 보이는 그런 모습 말고, 내가 좋아서 내가 원하는데로 하고 그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한 demeanour를 보았다고나 할까. 흔치 않은 모습이라 생각했었다.

오늘 새벽은 이 무명의 ‘해맑은 웃음’ 선수가 ‘침묵의 암살자’ 하고 그냥 어떤 시합에 같이 참가하는 정도가 아니고, 권투로 치면 WBC 세계 타이틀 연장전을 무명의 도전자가 무하마드알리하고 붙는 그런 장면이었다. 어제 해가 지고 공이 안보일때까지 몇홀이나 치고 박았는데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서 오늘 아침 일찍 다시 시작한다고 하였다.

두 세번 ‘해맑은 웃음’에게 기회가 왔는데 살짝살짝 빗나가며 비수를 꽂지 못한다. 내심 그녀가 이기기를 바라는데 (박선수는 마이 해무따 아이가…) 이렇게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시간을 끌다가 결국은 박선수의 단검에 끝장나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었다. 그녀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거의 사라졌다. 박선수는 주특기 단검으로 죽을고비를 살짝살짝 넘기면서 8번째 연장전까지 오게 되었다.

‘해맑은 웃음’이 프리샷루틴을 정확히 지켜면서 서두르지 않고 티샷을 한다. 샷하기 직전에 척추를 옆으로 딱 틸트한다 (꺽는다). 눈여겨 봐두었다 장차 나도 골프를 다시 시작하면 잘 써먹게. 멋진 프리샷루틴에 멋진 스윙이다. 나같은 보통 골퍼들은 이렇게 틸트하려고 하면 상체를 자기도 모르게 앞으로 숙이면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게 된다. 배가 나와서 그만… 그 결과 스윙궤도가 아웃인으로 더 바뀌고 좀 더 훌륭한 슬라이스를(?) 구사하게 된다는 설이 있다더라. 8번째 연장전을 벌이는 홀은 340미터 정도의 파4인데 린드베리선수가 조금 더 멀리 드라이버를 쳤지만 한클럽 이상 차이를 내지는 못했다. 두 사람 모두 세컨샷을 그린에 올렸는데, 박선수는 대략 3-4 미터 그리고 린드베리선수는 8-10미터 정도 홀에서 떨어져 있다. 아까 5번째 연장전에서 퍼팅했던 곳과 거의 비슷한데 그때는 린드베리선수의 퍼팅이 홀에서 2-3센티 전에 그만 멈추고 말았었다. 쥐꼬리만큼만 더 길었더라면 그때 이미 승패가 갈라졌었다. 퍼팅의 신이 딱 지켜 보고 있는 앞에서 이 무명의 선수가 확률이 아마 5%도 되기 어려운 퍼팅을 이번에는 기필코 집어 넣고 만다. 딸시합 보러 멀리서 온 노부모도 너무나 기뻐한다. 퍼팅의 신이 결국 단검에 찔려서 깨지고 말았다. 인터뷰를 하는데 박선수는 ‘이런 퍼팅은 그야말로 챔피언의 퍼팅이며, 이런 퍼팅에는 도무지 어찌해 볼 방법이 없다’며 축하해 주었다. 역시 휼륭한 왕챔피언이다.

결국 헤벌레 자주 웃는 뇬이 무서운 암살자를 이긴 것이다. 인터뷰에서 ‘해맑은 웃음’이 말하더라. ‘어쩐지 이번에는 꼭 이기고 우승할것만 같은 생각이 어제부터 들더라고.’ 이런 경험 해본적 있나? 그 차원이야 전혀 다르겠지만 나도 이런 경험을 몇 번 했던 적이 있었다. 억지로 혹은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아무런 의심없이 ‘이번에는 된다’는 확신이 저절로 드는 경험. 이때 원했던 데로 되지 않았던 경우가 아마도 없었지 싶다. 저절로 확신이 들어야 한다. 억지로 혹은 슬쩍 자기최면을 걸거나 해서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까? 내 짐작에는 ‘그 비슷한 장면을 몸과 마음으로 많이 연습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뭘 알겠나마는…

새벽에 자다말고 내가 이 글을 남기는 이유가 있다. 이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어떤 외국인의 골프 우승이 아니라, 어떤 삶을 사는 방식이랄까 혹은 행복의 비결이랄까 그런 것을 슬쩍 옅본 느낌이다. 이것을 꼭 기록해 두고 싶었다. 앞으로 자주 읽고 이 느낌을 떠올리게 되리라. 그리고 언젠가 이 글과 내 골프를 동시에 이야기할 때가 오지 싶다. 어쩐지 그런 확신이 든다. 저절로…

어떤 재미로 골프를 치나? 큰것 한방? 어울려 먹고 마시는 재미? 돈따는 재미? 돈쓴 자랑? 혹은 큰일날 재미?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골프를 잘 치면 아무채나 들고도 잘 친다는 뜻도 있겠지만, 골프를 잘 치면 골프의 진수를 더 쉽게 맛볼 능력이 생긴다는 뜻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는 만큼만 보이듯이 능력 만큼만 맛볼 수 있다.’ 물론 핸디켑만이 능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궁금해 할까싶어 사진 몇 장 올린다.     

아까 박선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중 한명이라고 했는데, 린드베리선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일부터 좀 웃어야겠다. 해맑은 웃음… 삶의 멋이고 또 멋진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