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나코 시부노, 루이 우스테이즌

들어본 이름들인가요? 이 사람들은 유명한 골프 선수들입니다. 한사람은 일본 여자고 한사람은 남아공화국 남자인데요, 두 사람 모두 소위 말하는 ‘major championship’에서 우승한 전력이 있는 아주 훌륭한 골퍼들입니다. 하지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골프는 아닙니다. 이 두사람, 연령대도 다르고, 국적도 다르고, 성별도 다른 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무었’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저는 루이 우스테이즌 선수는 오래전부터 알고 좋아했었지만, 사실 히나코 시부노 선수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김인경 선수 이야기 하면서 언급했던 그 ‘브리티시 오픈’이라는 최고의 여자 골프 대회에서 히나코 시부노 선수는 2019년에 일본인으로서는 아마도 처음으로 우승을 했었습니다. 그 장면을 우연히 유튜브로 보는 중에 무언가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년전에 루이 우스테이즌 선수의 ‘마스터스’ 대회 장면을 보고서 놀랐던 것과 비슷한 바로 그 ‘무었’을 다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골프에서는 원래 정해진 홀의 타수보다 3타를 적게 치는 것을 (홀아웃) ‘더불 이글’ 혹은 ‘알바트로스’ 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우리가 많이 들어본 ‘홀인원’ 보다 훨씬 더 (천문학적으로)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2년 마스터스 대회에서 루이 우스테이즌 선수는 바로 이 더불 이글을 쳤는데요, 저도 생방송으로 경기를 보다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선 매우 놀라고 흥분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파5 홀에서 두번째로 친 아이언샷이 그대로 홀에 들어간 경우였습니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하지만 그 두번째 아이언 샷도 훌륭한 것이었어요. 관중들로부터 엄청난 박수를 받으면서 홀에 도착한 루이 우스테이즌 선수는 인사를 하고 홀컵에서 공을 꺼내 입을 맞추며 기뻐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순간, 그 공을 관중석에 서스럼 없이 선물로 던져 주고 다음 홀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었어요. 얼마나 의미가 있고 또 고마운 골프공이었을까요? 아마 대부분의 선수들은 그 공으로 계속 경기를 하거나 아니면 잘 넣어 가서 오래 보관하려고 하지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루이 우스테이즌 선수는 2012년 마스터스에서 연장전 끝에 패하여 그만 준우승에 머물고 맙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우승했던 버바 왓슨 선수보다는 이렇게 스스럼 없고 그야말로 무심하게 골프를, 그 엄청난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도 웃으며 즐기던 루이 우스테이즌 선수를 늘 오래 좋은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별명이 슈렉인데요 아래 사진을 보면 닮았지요? 성격이 참 좋은 선수로 원래 잘 알려져 있는데요, 경기를 하는 태도를 보면 그것이 진실임을 잘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히나코 시부노 선수의 브리티시오픈 마지막날 모습입니다. (그녀와) 동점을 기록한 선수들 한두명이 조금 전에 마지막 72번째 홀을 끝내고 경기를 마무리 하면서, 이제 히나코 시부노 선수가 마지막 18번 홀로 이동하는 모습이 여기에 나옵니다. 길지 않은 비데오니 전체를 한번 보시길 바라지만, 원하면 2분40초 경부터 보세요. 저도 많은 LPGA 그리고 PGA 결승전을 보았는데요, 물론 매이져 챔피언쉽도 포함해서 입니다, 이렇게 극도로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 히나코 시부노선수와 유사한 행동을 하던 선수를, 제 기억으로는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습니다.

이 여자분은 (20대 초반이지만 ‘여자분’이라는 존칭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대회 마지막날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도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주며 웃고 친절했지만, 이제 결승전 마지막 홀을 향해서 이동하는 그 지극히 중요하고 또 어쩌면 일생을 살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 받는 상황에서도, 주변 관객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손바닥을 마주치며 웃는 얼굴로 그들의 성원에 감사하고 있어요. 히나코 시부노 선수의 얼굴에는 어떤 긴장도 보이지 않지만 동시에 꾸미는 모습이나 가장하는 태도도 전혀 보이지 않는군요. 그녀는 참으로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저도 볼수가 있네요. 어쩌면 동양의 일개 무명선수가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그녀가 침착히 샷을 합니다. 이제 홀에서 몇 미터 떨어진 자리까지 온 그녀의 공. 이것을 퍼팅으로 넣으면 우승하지만 아니면 연장전을 가야 합니다. 상대는 경험도 많고 또 우승도 했었던 노련한 노장선수들입니다. 그 짧지 않은 퍼팅을 하면서 히나코 시부노 선수가 만약 이런 것들을 생각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침착하고 용감한 퍼팅으로 그녀는 일본 골프는 몰론 세계 골프사에 길이 남을 매이저 챔피언의 자리에 오릅니다. 너무나 놀랍고 감동적인 이야기 입니다. 김인경 선수의 ‘로즈’ 노래 같은 부활도 너무 훌륭하지만, 동시에 히나코 시부노 선수의 우승 또한 매우 훌륭합니다. 세상은 이런 두가지 종류의 놀라운 성공들이 공존하지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 골프장에 갈때 늘 이 두사람의 멋진 모습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매우 훌륭한 골퍼고 또 우승을 하고 성공을 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그런 상황에서 온몸으로 보여준 ‘골프를 대하는 자세’ 아니 어쩌면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보았고 또 크게 감동했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사람도, 그들에게 보고 배운 ‘자세’로, 제 자신의 골프를 대하고 또 제 자신의 삶을 대하며 살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