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삶의 원동력?

친구 최군 이야기를 하면서 내 자신을 ‘화를 잘내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랬었다. 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상에 크게 그리고 깊이 화를 냈었다. 유감스럽게 지금도 별로 향상된 것이 없다.

친구들보다 더 노력하지 않았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대신에, ‘대학을 나와 정상적인 직업을 가진 자존심 있는 기술자에게 반지하방이나 강요하는 이 나라 이 사회가 어떻게 정상이냐’ 하면서 크게 화를 냈었다. 그래서 그런 나라를 버리고 떠났다. 이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니어 전산기술자들이 주동이 되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회의시간에 이야기만 들으면서, ‘나는 왜 기회가 없는가? 나도 너희들만큼 할 수 있다’ 또한 깊이 화를 냈었다. 그래서 그런 프로젝트들을 내손으로 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들을 찾아 떠났다.

그 나라와 그 사회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이곳에서의 삶을 통하여 최소한 내 자신에게는 증명하였다. 시니어 기술자라고 떠들어대던 사람들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10배 크기의 프로젝트를 내 손으로 성공적으로 완수해 내며, 너희들만큼 아니 너희들보다 더 잘 할수 있다는 것을 또한 스스로에게 증명하였다.

화는 이토록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인간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팔자를 바꾼다. 그리고 이렇게 사는 동안에 내 마음에도 화에 대한 인이 박히고 굳은 살이 생겨났을 것이다.

오늘, 집 부근 내가 좋아하는 산길을 뛰어 오르며 길 양쪽에 우거진 숲에서 풍기는 진한 소나무 향기에 취했었다. 나즈막히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동요를 부르는 순간 깨달았다. 내 삶의 에너지 원천이 더 이상 화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그 양날 선 위험한 칼을 던져 버릴 때가 왔다는 것을.

내 스스로가 만들어 내는 좋은 에너지를 내 삶의 원동력으로 사는 것이 좋다. 외부나 타인에 대한 반발력이 아닌, 그야말로 내 자신에게서 우러나는 힘으로 사는 것이다. 이것이 어쩌면 상생의 길이요, 장수의 길이며 해탈의 길인지도 모른다.

이 오래된 유행가의 가사처럼, 이제 그만둘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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