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슨과 투이1

무슨 권투선수나 새이름이 아니고, 연초에 앞집으로 세들어온 젊은 커플의 이름이예요. 두사람 모두 이나라 원주민과 백인의 피가 섞인, 이곳에선 마오리라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에서 살다가 일을 따라 이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는군요. 남자는 30대 중후반인데 성격이 밝고 붙임성도 있고 좋네요. 여자는 좀 어려보이는데 임신중이었다가 몇주전에 아기를 낳았어요.

남자는 작은 고물 트럭을 몰고 다니며 집이나 저층빌딩의 외부를 세척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여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가 꽤 되었는데 장차 대학에 진학해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어요. 남자는 참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비록 세든 집이지만 늘 집 외부와 주변을 정말 깨끗하게 해놓고 살아요. 우리가 공유하는 드라이브웨이도 늘 물청소를 해서 깨끗합니다. 장차 우리집에 좀 해야할 일들이 있거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이런 일하는 사람을 찾으면 서스럼없이 추천해 줄만한 사람입니다.

두세번 부부가 큰소리로 (욕도 좀하면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어요. 한번은 대판 싸우는 것 같았어요. 며칠 지나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그는 계면적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어요. 그래서 괜찮고 이렇게 사과도 하는 태도가 참 훌륭하다고 말해줬어요. 짧게 덧붙였어요.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이 큰 변화의 시기에 가족 모두가 특히 부인이, 불안정하고 그래서 다툴수도 있다. 나도 그랬었다. 당신이 가족을 아끼는 것을 누구나 볼 수 있으니 앞으로 잘 풀릴 것이다’ 이렇게 좋게 위로의 말을 해주었어요. 영어가 좀 정확하지 않았어도 그는 내 진심을 보았으리라 믿습니다.

이야기가 좀 옆길로 빠지는데요. 이곳에서 수십년을 살면서 사람들이 큰소리로 다투고 싸우는 소리는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내 자신이 그런 좋지 않은 짓을 했던 적은 옛날에 있었는데요, 술취한 내귀에는 별로 큰소리로 안들립디다. 지금은 다행히 일어나지 않는 일이예요. 술을 먹지 않으면 나의 어리석음이 바깥으로 세나가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되더라구요 🙂 그런데요 이곳에서 큰소리로 다투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마오리원주민 혹은 주변의 섬나라들에서 온 다혈질의 사람들입니다. 백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목격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습니다. 내가 어릴적에 (지금은 돌아가신지 오래된) 여행가 김찬삼님의 책을 즐겨 보았었는데요, 흥미있는 사진과 이야기도 많았겠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그분 말씀이 ‘나는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을 수없이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았는데,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와이셔츠 찢으면서 싸우는 나라는 한국뿐이더라’는 말씀이었어요 (무슨 나쁜 뜻으로 악담하신 것이 아니었어요. 그냥 본데로 느낀데로 하신 말씀).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어요. 나는 아주 어릴때 이 글을 읽었는데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이나라 백인들은 영국등 유럽에서 이민온 사람들이지만, 원주민들이나 태평양 여러 섬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큰 몸집에서 나오는 우렁찬 목소리 그리고 태평양 섬나라 문화가 반영된 아름다운 맬로디의 노래를 그 사람들이 하는 것을 들으면 ‘정말 아름답다. 사람이 저렇게 먹고 마시고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사랑을 나누며 사는 것이 본성이 아닐까’ 이렇게 좋은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은 인구대비로 감옥에 (다른 인종들에 비교해서) 몇배나 더 많이 가고 또 기업체나 회사에는 (특히 머리를 쓰거나 경영을 하는 자리에는) 거의 없습니다. 같이 일을 하려면 그들의 낙천적인 (좋게 말하자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자면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후진적인) 태도 때문에 잘하기 어렵고 또 함께 좋은 성과를 내기도 어렵습니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을 야자수 아래에서 유클랠레를 치면서 알로하오에 노래를 부르며 살아온 대를 이은 습관’은 바뀌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불과 몇십년전에, 길거리에서 와이셔츠를 찢으면서 싸우는 유일한 민족이라던 우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나도 어릴때는 이웃집이나 혹은 길거리에서 이렇게 싸우는 사람들을 흔히 보면서 자랐어요. 개천부근에서 흙놀이를 하면서 살아서 그런가 🙂 술먹고 유클랠레를 치면서 노래하는 민족 그리고 술먹고 길거리에서 와이셔츠를 찢으며 난투극을 벌이는 민족! 하지만 두 민족 모두가 흥을 아는 멋진 면이 있다는 것을 나는 또한 알아요. 어쩌면 백인들은 싸우지도 않지만 또 화끈한 사랑이나 감정의 표현도 없는 좀 물같은 (가짜해탈?) 민족들이 많다고 할 수도 있겠구요. 부부도 그저 물처럼, 서울내기들 표현에 따르면 대면대면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또 박터지게 싸우고 진하게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결국은 제로섬(zero sum) 인가요 🙂

내일 마저 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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