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사트바 (보살) 이야기, 세번째

나는 전에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면, 내가 아는 스웨덴의 단면들을 가끔 잘난체 이야기 하곤 했었다. 그중에는, 찬반이 극명히 엇갈리는 이민 정책, 너무 집중된 이민자 집단 거주지가 게토화 (getto) 된 것, 주민들이 너무 난폭하고 위험해서 경찰조차 들어가지 못한다는 수십 군데의 ‘No go zone’ (사실이 아닌것,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다양한 경로를 거쳐 배우고 깨닫게 되면서, 이러했던 나의 지난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한국에 그런 이슈들이 없고 그러한 많은 토론과 싸움이 없는 것은, 한국에 이런 문제 자체가 없기 때문이고, 또 한국에 이런 문제 자체가 없는 이유는, 애초에 난민을 그런 규모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아무도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흡사 한국이 스웨덴보다 더 큰 능력으로 그런 상황을 더 잘 매니지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 하는 사람들도 있듯이, 나도 어쩌면 ‘넌즈시 내려다 보는 태도’로 이 먼나라의 보살들을 주제 넘게 ‘아는 척’ 이야기 하여 왔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스웨덴에 온 피난민들을 (망명자들) 통해서 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진 어떤 병이 있다. Resignation Syndrome 이라고 한다. 5-12세 내외의 아이들이, 부모를 따라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예를들어 자국에서 벌어진 전쟁, 피란민 수용소의 고초, 제3국으로의 탈출등) 스웨덴에 왔지만, 영구정착이 허용되는 난민심사 과정이 1-2년 걸리고 또 모든 사람들에게 허용되지 않으며 어쩌면 추방되어 자국으로 되돌아 가야만 될지도 모르는 상황등, 그들이 부모들과 함께 겪는 그 힘든 과정속에서 (비록 부모들이 그 사실을 일일이 말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이 느끼고 또 깨닫게 되는 어떤 ‘에너지 혹은 기운’으로 말미암아, 아이들이 점점 식음을 전폐하고 외부세계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다가 결국은 의식불명의 완전 식물인간이 되는 신종병이라고 최근에 밝혀졌다. 200-300명 정도의 어린이들에게 스웨덴에서만 발병한 것이 확인 되었고, 최근에는 호주의 피난민격리시설에서도 발병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스웨덴이나 호주나, 그저 이런 병도 생기고 (피난민들을 많이 받아 들인다는 이야기 같으니까) 또 선망의 대상이 되는 선진국이라 알려져 있지만, 이 두나라가 이런 피난민이나 망명자들을 대접하는 실제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인 줄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언젠가 이웃 호주넘들의 실체를(?) 까발려 주마 🙂

하던 이야기로 되돌아 가자. 졸지에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 자식들을 그렇지 않아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돌보는 부모들에게, 스웨덴 극우주의자들은 일부러 꾸며서 하는 짓이니 아이들에게 약을 먹였느니 짖어 댔는데, 여러명의 대학병원 교수들이, 어떤 외부적인 영향이나 악의적인 개입이 없이 생긴 새로운 질병임을 밝혀 주었다. 다행히, 부모들에게 영구정착이 허락되고 또 직장을 가지게 되어 안정을 찾는 좋은 소식들이 생기고 나면, 몇 달 후에 거짓말처럼 아이들이 깨어나서 정상으로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도큐멘터리에 등장했던 대여섯살 된 여자아기도, 자신이 6개월 이상 식물인간이었던 것을 전혀 기억 못하지만, 멀쩡하게 깨어나 자전거를 타고 랄랄라 돌아 다니는 것을 나도 보았다 (그 아기가 식물인간 시절에 의사들과 부모들이 어떻게 했었던가도 도큐멘터리에서 물론 보았고).

지금 눈에 안보인다고 없는 것이 아니고,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이것 무시하고 살면 안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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