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라벤다를 보고 그 향기를 맡으면, 그 꽃 좋아하시는 어머니 생각이 난다. 골프장에서 날려 먹은 공을 찾아 헤매다가, 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들을 보면, 함께 줏어다가 묵 만들던 어머니와의 기억이 늘 새롭다. 목련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오가다 목련을 보면 그 꽃 좋아하는 아내 생각이 난다. 아직 현재형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내가 늘 찾는 식물원에는 사람들이 기증한 벤치들이 많다. 작은 기념동판을 (플라그) 의자에 박아 놓은 경우가 많은데, 자주 읽어 보고 또 몇 개의 의자는 이제 매우 낯익게 되어 인사를 나눈다. 짐작하다시피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것들이다. 내가 자주 찾는 식물원의 어떤 장소에는 2개의 벤치가 있는데, 하나는 채 스물이 되기 전에 죽은 어떤 젊은이를 그 가족들이 기리는 의자다. 이미 죽은지 40년이 넘었으니, 플라그에 세겨진 그 가족들 (그때 비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을 그 사람들) 중에서도 이미 이 젊은이의 뒤를 따라간 사람도 있지 싶다. 그야말로 인생무상(?)이다. 또 하나는 비교적 최근에 (한 1-2년 전에) 새로 설치된 벤치인데 ‘이 비밀의 정원을 (이 장소를) 사랑했던 부부’라며 나란히 이름이 적혀 있다. 앉을때마다,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혹시 살아서 우리가 이곳에서 마추쳤던 적은 없었을까 생각하며, 벤치를 고마워하고 또 명복을 빌어드린다.

지금은 플라그를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누군가가 읽을 플라그가 되는 것이 인생 아닌가. 이전에도 그랬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오늘 점심때는, 철 이르게 피어난 목련 나무를 지나며 사진을 두장 찍어 왔다. 하나는 물론 목련 나무지만 또 하나는 그대에게 아마 흥미 있지 싶다.

‘이 목련은 1935년 8월 28일 심어졌고 1950년 8월에 처음으로 꽃을 피웠어요’ 이렇게 적혀 있다. 참 그때 우리 뭐하고 있었지 🙂

그리고 ‘인생무상’ (人生無常) 이라는 말은 사실은 불교적 의미를 담은 표현인데, ‘삶이 허무하다’ 라는 뜻 보다는, ‘우리의 삶에는 늘 같은 것 그리고 변치 않는 것은 없다’ 그런 뜻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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