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 네번째 이야기

집근처에 있다는 그 사찰에 가면, 어떨때는 주말을 이용해서 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을 때가 있어요. 그 중에서 ‘종람’ (아마도 팔리어) 이라고 하던가 ‘걸으면서 하는 명상’을 할때도 있어요. 한 십미터 정도의 거리나 혹은 사찰의 어떤 장소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발끝의 센세이션도 느끼고 또 마음을 집중해서 명상을 한다고 해요. 직접 해 본적은 없어요. 하는 꼴이 좀 우습거든요. 무슨 좀비들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계속해요 🙂 한번은 그것 하고 있는데, 나를 포함한 방문객들이 약간 소란하게 했어요. 그랫더니 글쎄 그중 한넘이 ‘조용히 하라’고 좀 성을 내는 거예요. 이 녀석 지금 뭐하나 싶었어요.

일전에 내가 몇차례 언급한 티라다모 큰스님 기억하시지요? 이분이 태국에 아마 한 10년 가까이 계셨다고 해요. 그 ‘아잔차’라는 분의 사찰, 전세계에서 많은 서구인들이 수행하러 온다던 그곳에서요. 그런 사람들을 수백명 혹은 더 많이 보면서 발견한 것이 있대요. 작심하고 온 사람치고 (즉 해탈하겠다고 시작하는 사람치고) 오래 가는 사람 못 봤대요. 스님께서 보신 최고 (최악) 기록은 어떤 시카고에서 온 미국인 수행자인데요, 많이 알고 배운 사람인데 정말 작심하고 왔대요. 그런데 2주만에 때려치우고 돌아 갔는데요, 그 이유가 ‘개가 너무 시끄럽게 짖어대서’ 였대요 🙂 그리고 스님 본인처럼, 그저 한 몇주 한 몇달 ‘맛이나 좀 볼까’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오신 분들이 결국은 오래 남아서 스님이 되신 경우가 훨씬 많대요. 나도 한국을 떠나서 살고 있는지가 오래 됬는데요, 이 말에 매우 동의 합니다. ‘원샷밖에 없다’ (한번의 기회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혹은 그런 문화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이고 또 생산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정말 장기전 무언가 가치있고 중요한 것을 진득히 노력해서 익히고 불려서 길고 크게 성취하는 데에는 전혀 유리하지 않다고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원샷밖에’ 없게 된 이유가, 사실은 가난함이고 또 소수의 나쁜넘들이 너무 많이 쳐먹은 욕심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티라다모 큰스님께서 명상에 대해서 ‘반농담’처럼 하신 ‘좋은 힌트’들을 나는 직접 여러번 들었는데요, (실제로 자주 하시던) 사찰 주변 산길을 구슬땀을 흘리며 정비하며 (노동 명상), 쇼핑하면서 (쇼핑 명상), 부엌에서 식기 씻으며 (부엌 명상) 이런 말씀을 웃으면서 자주 하셨더랬어요. 태국 불교가 명상을 크게 중요시 하는데요 (붓다께서 중요시 하셨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는 스님의 경험과 취향에 따라서 어떤분은 ‘집중 명상’을 강조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분은 ‘위빠사나 명상’을 강조하는 분들도 있고, 또 티라다모 큰스님같은 분은 지나치게 정형화된 어떤 형태의 명상 (예를 들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다리가 마비될 때까지 버티며 죽기살기로 명상하거나, 혹은 시끄럽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성내면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명상) 보다는, 일상에서 자주 기회가 될때마다 자기 마음을 딱 보면서 소위 ‘mindfulness’ 명상을 하는 것을 권장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좀 아껴둔 비밀인데요. 나는 앉아서 뭐 좀 폼잡고 명상하려고 하면 잠이 와요. 그래서 집중 명상은 잘 안하고요, 대신에 조용한 산길을 땀을 흘리면서 달리며, 여러가지 내 삶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혹은 일어났던 일들을, 붓다의 가르침에 (내가 아는 만큼이나마) 대입시키면서 조용히 되세겨 보는 일종의 위빠사나 명상을 자주해요. 전에 달리면 두되가 핑핑 잘 작동된다고 했었지요? 약간 그런 느낌도 있어요. 착각인가 🙂 혹시 주변에 조용한 어떤 산책로나 운동할 장소가 있으면, 좀 빨리 걷거나 혹은 나중에 익숙해지고 나면 좀 뛰면서 한번 해보세요. 그리고 걷거나 뛰면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집중명상도 할 수 있겠지요. 숨 쉬면서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헤아리고 싶어지는데요 (자꾸 집중이 흐트러지니까), 그것보다는 그냥 숨쉬는 것을 바라보고, 마음이 다른 곳으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저 다시 좋게 마음을 불러 오는 정도로 하면 더 좋대요.

자, 오늘 저녁부터는 부엌에서 설거지 하면서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가? 내 팔자야…’ 이런 생각으로 머리를 가득채우지 말고, 집중 명상 혹은 위빠사나 명상을 한번 시도해 보심이 어떨런지요? 그 나쁜(?) 가족들보다 먼저 해탈 하시지 싶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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