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영화 Lykke-Per, 네번째 이야기

페르가 파탄에 이르는 장면,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입니다. 역시 카르마가 주제입니다. 그 유대인 가족과 매우 가깝게 된 페르. 아름답고 이지적인 딸 야코버와는 사랑에 빠져 약혼을 하고, 돈 많은 그녀의 아버지와 삼촌등은 페르를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페르가 꿈에도 그리던 그 프로젝트를 이제 시작할 단계에 이르렀어요.

그 당시 덴마크에서는, 이런 대규모의 토목프로젝트들이 정부기관의 검토를 거쳐 사전 승인을 얻어야 했어요. 그 유대인 가족이 손을 써서 그 과정을 쉽고 빨리 끝내게 도와주려고 합니다. 물론 그들은 자선사업가가 아니고, 장기적인 엄청난 이윤을 위해, 사람과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는 큰 사업가들입니다. 페르는 그들의 소개에 따라서, 정부기관에서 이런 일을 맡아서 하는 그 고위 공무원을 만나러 갔어요. 딱 한사람이 이 일을 맡아서 하고 있어요. 아! 여기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하필이면 이 공무원이 군인장교 출신으로 ‘권위나 위계질서’ 같이 페르가 너무도 상처받고 싫어하는 그런 것들을 따지는 인물이었던 거예요.

약속한 두번째 방문에서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 고위 공무원. 듣자하니 자기를 끼워줘야만 승인을 고려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 같군요. 자존심 강한 페르는 (사실은 ‘상처가 큰 페르’가 더 맞는 표현이겠지요) 이 고위 공무원의 태도에 불쾌해하며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받았다고 느낀 그 모욕의 몇배를 절대적으로 도움을 받아야만할 이 인물에게 되돌려 주고서 사무실을 나옵니다. 큰일입니다. 하지만 그 사업가와 주변 사람들은 경험도 많고 연줄도 많고 또 돈도 많습니다. 다시 한번 페르를 위해서 기회를 만들어 줍니다. 이번에는 모든 투자자들을 전부 초대한 자리입니다. 이 자리에 그 고위 공무원이 오기로 되어 있어요. 몰론 돈을 좀 주었겠지요. 한가지 조건이면 이 프로젝트를 그자리에서 승인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즉시 컨소시움을 만들어 페르의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게 되는 거지요. 그 한가지 조건은, 페르가 지난번에 했던 모욕적인 말에 사과를 하는 것이예요. 갑자기 이런 사실을 듣게 된 페르는 당황합니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면, 이제 그의 엄청난 행운이 어마어마한 행복으로 바뀔 절대적으로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 고위 공무원이 약속한 시간에 방으로 들어 옵니다. 사과의 시간. 페르가 입을 열기 시작하는데, 순간 그를 평생 따라 다니던 망령이 다시 그를 에워싸며 지배합니다. 페르의 머리가 휘리릭 돌아 버리는군요. 더 심한 모욕을 그 공무원에게 퍼붓고는 페르는 그 자리를 뜹니다. 어쩌면 아버지(같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하고 싶었던 그런 반항의 말이었던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오고 말았어요. 아무도, 어떤 돈도 이 상황을 되돌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모두 떠나고 그 돈 많은 유대인 가족도 이제는 ‘아! 이 사람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구나. 함께 이런 일을 도모할 상대가 아니다’ 깨닫게 되고 손을 듭니다.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되었네요. 그 엄청난 행운을, 페르는 자기손으로, 마치 유리병을 콘크리트 바닥에 있는 힘껏 내던져 산산조각 내듯이, 송두리채 박살 내고야 말았습니다. 페르 나름대로는 할 말이 많겠지요. 하지만 원래 세상 돌아가는 것이 그렇답니다. 이곳에서 하는 말이 있어요. ‘백가지의 성공은 한가지 (공통된) 이유가 있지만, 백가지의 실패는 백가지의 각기 다른 이유들이 있다’.

야코버도 떠나고 말았을까요? 아름답고 품위있는 야코버는 일편단심 페르를 떠나려 하지 않습니다. 그를 진정으로 사랑합니다.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또 그 결과로 성공의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버렸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나의 페르입니다. 돈은 내게도 있어요. 그리고 나에겐 페르만 있으면 됩니다. 야코버는 페르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둘만의 영국여행을 계획합니다. 그 계획을 의논하던 카페에서, 페르는 야코버에게 갑자기 (약혼의) 파혼과 결별을 선언합니다. 페르의 마음이 변했을까요? 아닙니다. 야코버를 사랑하지만, 페르의 ‘카르마가 속삭이는 바’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 야코버에게서 받는 사랑은 동정이며, 또 이런 비참한 자신에게 야코버를 묶어 두는 것은 자신에게는 참기 어려운 모욕이 되는 것이겠지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가 살아온 삶이, 그가 성장하고 자라며 (어떤 환경이나 이유로 말미암아) 생긴 ‘마음을 쓰는 습관’이 그로 하여금 이런식으로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럴때는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그래서 ‘습관이 카르마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카르마가 팔자를 바꾼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지요.

파혼을 당하고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 하던 야코버는 이제 (모든) 결혼을 포기합니다. 그녀는 이미 페르와 영원한 가약을 맺었었습니다. 페르와 사이에서 임신한 아기를 (그에게 말해 줄 기회조차 없이 그는 떠나고 말았어요) 아무도 모르게 유산시킵니다. 되돌아와서 아버지 어머니에게 부탁을 합니다. ‘제가 물려 받을 몫의 재산을 미리 좀 주시면 안되겠어요? 가난하고 불쌍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싶습니다.’ 야코버는 교장선생님이 되어 큰 heart로 수많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큰 엄마가 됩니다.

오늘 이 영화 이야기를 마치는 것이 좋겠네요. 계속합니다. 페르는 자기의 카르마와 그로 말미암아 한계 지어진 자신의 삶을 차차 이해하고 또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아내의 삶에 더 이상 자신의 카르마가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그들로부터 멀리 떠나 갑니다. 그리고 아무도 살지 않는 외딴 곳에서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사는 삶을 선택합니다. 참 안타까운 운명이지요? 마음 아프군요. 하지만 그는 이런 삶에서 평화와 안정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페르와 야코버. 파혼한 이후로 다시는 만나지 못했지만, 서로의 소식은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이제 세월이 흘러서 두 사람 모두 많이 늙었습니다. 페르가 야코버의 학교에 편지를 보내 그녀를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페르는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어요. 야코버는 먼 길을 달려 페르가 홀로 사는 그 외딴 집으로 찾아옵니다. 페르는 야코버를 위해서 차를 끓여 떨리는 손으로 부어 줍니다. 그리고 오랬동안 조금씩 저축했던 작은 유산을 야코버의 학교에 기부합니다. 그의 풍차 모델과 설계도도 함께요.

내가 당신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가 묻는 페르에게 야코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당신과 더불어 나누었던 기쁨과 슬픔이 나의 삶을 영글게 했고 오늘의 나를 만들었어요. 내 인생에 일어난 어떤 것도 바꾸고 싶지 않아요. 당신을 알게 되서 좋았습니다.’  자코바는 그 돈을 받고나서 페르의 손을 잡으며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말합니다. ‘그 학교는 당신과 내가 함께 세운 것이나 다를바가 없어요. 그리고 그 아이들은 당신과 나의 아이들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아요’ 이렇게 말이예요. 영화는 이쯤에서 끝이 납니다.

이 영화와 관련된 몇 가지 단상들은 다른 기회에 이야기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