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는 이루기 어렵다. 미치지 않고서는 도달하기 어렵다. 그러니 적당한 대상을 찾고 적절한 목표를 향해 미쳐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낮에는.
하지만 밤이 오면, 내가 미쳐 있었던 그 낮시간을 되돌아 보는 것이 좋다. 나홀로. 이 시간에도 취해 있거나 (그 대상이 무었이건), 혹은 아직도 어울려 떠들썩하다면, 삶이 좋지 않은 쪽으로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밤낮으로 미쳐 있어도 좋지 않고, 밤낮으로 되돌아 보기만 하여도 또한 좋지 않다. 전자는 쉬지 않고 매운 음식을 잔뜩 퍼먹어 늘 배 아픈 꼴이요, 후자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메뉴만 죽어라 바라 보며 굶주려 있는 꼴이라 비유할 수 있다. 잘 살고 잘 죽는 것, 둘 다 어려워진다.
미친 대상이나 미쳐 이룬 목표는, 떠가는 구름과 같고 오가는 파도와 같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우리의 현실이 오직 그 위에서만 가능하기에, 사람구실 하며 살려면, 구름을 쫓고 파도를 움켜 쥐려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애쓰며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자주 보고 또 똑똑히 아는 것이 좋다.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간이 이름을 붙이고 가치를 매긴 그 어떤 것들도, 크고 길게 보면 헛된 것이 아닌 것이 없다. 내가 지금 온몸으로 직접 경험하는 나의 생로병사 이외에는, 어떤 이상도 가치도 의미도 믿음도, 그 본질은 구름과 같고 파도와 같다.
사랑하는 이의 겨울과 밤을 지켜보며, 내 인생의 사계절 그리고 내 삶의 낮과 밤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