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하고 힐난하는 마음은 아마도 그대로지 싶은데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줄어드니 글쓰기가 어렵다.
내세워 자랑하며 잘난체 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지 싶은데
그 다음에는 뭐? 이런 생각을 하게되니 주절주절 말하기가 어렵다.이곳에서 산 지난 30여년 나는 다른 사람들의 권위를 쉽게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지선다 객관식 보다는, 내 자신의 생각과 자발적 발상을 (inner self) 앞세우는 주관식 답안같은 삶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결과야 누가 낫다 못하다 판단하긴 어렵고 또 내가 그럴만한 환경에서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그러한 측면도 있었다.
내게 이미 일어났던 일이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일어났던 일을 내가 어떻게 해석했었고 또 받아들였던가가) 세월이 지나면서 달라보이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세상을 보아왔던 시각이 달라지며 따라서 그에 대한 나의 반응도 달라짐을 자주 보게 된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세상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일부인 사람도 변하고 또 그 일부인 나도 변한다.
비난과 힐난 대신에 침묵을 선택하기가 옛날보다 쉬워졌다. 마치 나이가 들면 단식하기가 쉬워지듯이.
우쭐대며 내세우는 대신에 내 자신을 더 자주 들여다 보는 일이 옛날보다 많아졋다. 마치 무인도에 살고 있는양.
사람은 마땅히 더불어 어울려 살아야 한다. 동시에 떨어져 홀로 살 줄도 알아야 한다. 적절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정말 쉽지도 않고 또 흔하지도 않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오늘날의 나를 가능케 해주신 사랑하는 이들의 은혜를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