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

Silly old Gordon fell in a ditch…

이자는 허우대도 멀쩡하고 또 한때 큰 회사에서 돈을 주무르는 일도 한적이 있어서, 한 큰 종교단체에 사무장 비스무래한 자리를 꽤차게 되었다. 매우 훌륭한 분을 근처에서 자주보며 그 큰 그릇의 언행과 삶을 보면서, ‘혹시 나도 격이 비슷한 것이 아닐까? 나 정도면 어쩌면 이런데 좀 끼일 수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자가, 자기와 유사한 종류의 인간들과 함께 일을 했었다면, 그들이 어떤 이유건 방식으로건 이자의 발상에 재동을 걸어 일종의 경고를 해주었을 테지만, 이자의 주위에는 그런 유용한(?) 자들이 없었다. 일단 이것 저것 주어 모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한 권 출판하였다. 비영리출판단체가 아니고서는 출판하기 어려운 내용과 수준으로, 인쇄된 책 대부분은 아마 자기 서재에 꽃혀있었을 것이다. 내가 직접 집을 방문하여 목격한 적은 없다 – 실재로 책은 대략 읽어 보았다. 역시 쓰레받기… 읽는 모든 사람들은 아는데 정작 쓴 본인만 모르는 경우. 장차 큰 비 내릴 징조…

어쩌다 이자와 한번 엮일 기회가 있었다. 이자가 무언가 강연을 하는 중에 내가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잠시 졸았다. 뒤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아마 이때 이넘이 자존심이 몹시 상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뭐 중요한 사람이라고… 사람이 좀 졸 수도 있고 그렇지… 아니 아니다. 자기가 중요한 사람이니, 중요한 사람이 말씀하시는데 발칙하게 졸은 넘을 용서하기 어려웠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때 이외에는 이넘과 엮인적이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10년에 한번씩, 어떤 종교단체들은 ‘Synod’ 라는 매우 큰 행사를 주최한다. 관련성직자들, 관련단체들 그리고 신도대표들이 참가하여 2박3일간 큰 회의를 한다. 나도 그때 우연히 참가 하게 되었다. 행사중 많은 소모임 토론등이 있는데, 한 토론장에서 이넘과 정통으로 마주 앉게 되었다. 난 아는 것도 없지만 그보다 꿀을 먹느라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글세 이넘이 주변에 앉은 참가자분들에게 ‘저 자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여기서 뭐하나’ 투의 조롱하는 말을 하는것을 듣게 되었다.

큰 행사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큰 행사장에서 오고가며 복도나 계단에서 마주치게 되며, 그 중에는 안면이 있거나 아는 사람들도 가끔 있었다. 한참 좁은 계단을 올라가는데 어떤 사람이 내려오기에 문득 얼굴을 들어보니 그넘이었다. 그래도 때와 장소가 나를 경건하게 하는지라, 좋은 얼굴로 인사를 하였다, 아마 이름도 불렀겠지. 이넘이 면전에서 완전히 무시하며 그대로 지나가는거라. 주변에 아무도 없었는데…

2박3일이 지나서 행사를 마치는 총회가 열렸다.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서 행사 마무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의견을 수렴 발표하는 시간이 되었다. 큰 강당에 여러명의 ‘젊고 잘 뛰는’ 지원자들이 무선 마이크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닐 준비가 되었고, 모두들 숨죽여 누군가가 첫 스타트를 끊기를 눈치 보며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의 침묵 뒤에 내가 손을 들었고 이내 한 발빠른 젊은이가 내손에 마이크를 쥐어 주었다. 나를 보낸 단체의 견해를,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용기있게 피력하고는 자리에 앉으며, 그 넘의 놀랐을 상판이 문득 떠올랐다. 그넘 때문에 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넘에게 받았던 것을 면전에서 되돌려 주었다. 그넘과 나 (그리고 그때 함께 계셨던 고맙고 유머러스 하셨던 그분) 이외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아마 그넘은 잊기를 바랬고 또 편리하게 잊었을 것이다. 나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더 많은 세월이 흘렀다. 이자는 이번에는 다른 줄에 서서 정치판을 기웃거리고 있었는데, 이자가 속한 정당은, 늘 대표 1인만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는 1인당이었는데, 투표전후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바람에 당선확률이 0%었던 이넘이 졸지에 비례투표로 국회에 들어가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넘이, 당대표 즉 자기를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준 바로 그사람과 다툼을 벌이다가 탈당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탈당하면 더 이상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면 안된다. 처음부터 제 능력으로 얻은 자리가 아니었었고, 그 당수에게 기회를 되돌려 주는 것이 정당하기 때문이다. 건데 이넘은 남은 한두해를 꼬박꼬박 봉급받으며 국회의원 노릇 잘 해먹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당수가 된 듣보잡 당을 하나 새로 만든다. 더 하고 싶다… 하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그저 수백표를 획득하며 우연히 올라왔었던 그 무대에서 영영 사라진다. 옛날 이자가 출판했던 그 책 수준이다. 그리고는 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거나 자기 말을 듣으려고 하지 않는지 아마도 오늘날 까지 몹시 의아해 하는, 늙고 꼬장꼬장한 은퇴한 영감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인간의 그릇이 달라지는가? 그릇의 크기가 있는가? 무었이 그것을 결정 짓는가?

오래전 한 월간지에서, 교도관으로 수십년 근무했던 분의 긴 인터뷰를 읽었다. 많은 질문 중에 지금도 가끔 기억나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선천적인 악인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예. 교도소에 오는 사람 10명중 1명 정도는 아마도 선천적인 악인이거나 보통 사람과 확연히 달라서, 비록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하더라도 범죄자가 되었을 확률이 높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자의 이름이 ‘고든’이었고, 그때 이자가 악인이었다고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릇이 작은자였고 그러한 자신을 잘 보지도 또 알지도 못했던 자였을 것이다. 어쩌면 어떤 그릇은 처음부터 너무 작았던지 아니면 결코 그 크기나 모양이 바뀌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 열 명 중의 한 명처럼…

내 자신도 내가 어떤 그릇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어떤 ‘엮임’이 벌어지면, 쌍방 그릇의 크기와 내용물이(?) 동시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Silly old Gordon fell in a ditch…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Thomas the Tank Engine’ 만화에 나오는 노래중의 하나로, 나도 아이와 함께 자주 불렀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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